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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7 이 집은 누구인가 by 김진애 (2)
  2. 2008/03/16 자기 집을 그려보자 ... 국민 프로젝트 by 김진애 (2)
휴가지 ‘베개’ 잃어버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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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신시키는 6가지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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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무엇인가? 보통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이 집은 누구인가" 하고.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집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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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책을 쓰면서 내가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통상 집을 창과 문과 벽과 지붕이 있는 물리적인 실체로 생각하지만, 부디 우리네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보자. 정말,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또 사람을 보면 집이 그려진다.

우리 시대가 지어내는 집들이 마땅찮은 것은 아무래도 별로 사람 같은 모습의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들은 너무 모델하우스 같거나 호텔 같다. 잡지에 소개되는, 이른바 잘 지었다는 집들을 보면 너무 박물관이나 전시장 같다. 너무 폼만 잡는다.

이건 영 아니다.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한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에 너무 신경을 쓴다.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칭찬받을까에 신경을 쓴다. 자신만의 삶, 가족만의 모습을 집에 표현하는데 너무 주저한다. 나의 집이 나다운가, 우리 집이 우리가족다운가 생각해보자. (한옥이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집은 층층이 쓴다.) 

..............................................................................집은 ‘추억’이다.

<이 집은 누구인가> 독자들이 책을 보고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옛날에 살던 집을 찾아다녀 봤어요!”였다. 왜 살던 집을 찾아보게 될까. 지나간 삶을 찾으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듬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옛날에 그 풋풋한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고, 지금 사는 집의 편리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부분을 달래보고자 하는 것이다.

추억은 우리를 만든다. 어떤 추억거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아주 멋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별 맛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이 아주 정겨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무덤덤하거나 냉랭한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추억거리, 우리 가족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집에서 산다면, 우리는 마음이 큰 부자인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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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갑자기 나이드신 부모님께서 옛날에 살던 집을 가보시자고 했다. 다 없어지고 유일하게 인천 송화동의 한옥이 남아있었다. 부모님이 60여년 전 처음으로 갖게 된 '우리 집'이었단다. 옛 살던 집을 찾아보는 재미,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터이다. 사진속의 동네는 한옥보전동네로 지정되어 지켜지고 있단다. 집에 새겨진 기억은 우리를 우리답게 한다. 마침, 그날 집에 있던 젊은 아들내미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집을 열어주어, 부모님은 모처럼 옛 추억에 잠기셨었다.)  


..............................................................................
집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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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모습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 어떤 정겨운 이야기, 또한 어떤 아픈 이야기, 어떤 힘든 이야기들이 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집에는 우리 인생에서 겪는 모든 기쁨과 아픔, 그리고 괴로움과 슬픔이 담담히 녹아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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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빨강머리 앤> 시리즈 책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그것이 인생 이야기이자 집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그것이 가족 역사의 이야기이자 그것이 펼쳐지는 집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박경리의 <토지>를 그리 좋아했던 것도 우리 전통 동네와 한옥이 빚어내는 무한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은 세가족집의 옥상에는 이야기들이 많다. 세상에, 무지개도 뜬다. 아래 사진)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집을 꿈꾼다

부엌은 ‘물과 불로 황홀한 장난’을 하는 ‘당신과 나의 놀이터’로 보자.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엌에 모든 가족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드나들게 부엌을 가족 사교장으로 중심에 놓고, 아무리 돈이 없어도 부엌에만큼은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부엌이 행복하면 부부가 행복해지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며 우리 집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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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모쪼록 구석구석이 많아야 추억이 많아지며, 어른들만 폼 잡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어지르고 마음껏 술래잡기를 하는 집이 되어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 넓은 거실만 만들려 할 게 아니라 구석을 많이 만들자. 숨을 구석, 비빌 구석, 기댈 구석, 걸 구석 등.

아이들 방을 너무 조용하게 하지 말자. 오히려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된다. 모쪼록 아이들은 방에서 나오고 싶은 유혹을 견디며 스스로 공부를 해야 큰다. 아이들은 모쪼록 마음껏 자기 방을 어지르고 스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언제라도 바깥에 나가 맘껏 뛰놀며 동네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아이가 되어야 나중에 크게 자란다.

부부가 행복해야 집도 건강하다. 마스터 베드룸을 멋지게 장식한다고 부부 사이가 행복해지나? 부부 사이의 온갖 사랑 몸짓은 집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스치는 손길, 오가는 눈길, 같이 젖은 손, 어깨를 보듬는 팔, 상쾌한 뽀뽀가 집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지 한번 돌아보자.

동선 짧은 집은 나쁜 집이다. 체험 동선이 긴 집이 좋은 집이다. 사람들은 거닐면서 수많은 만남, 추억,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만나야 이야기가 생긴다. 어떻게든 동선을 줄이려는 아파트는 이제 다시 재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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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체험 동선이 길기 때문에 집이 아무리 작아도 답답하지는 않은 반면, 아파트가 아무리 커도 갇혀있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동선이 짧고 모든 게 다 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옥에서는 마당과 마루, 툇마루와 처마와 창문, 그리고 저 멀리 얼핏 보이는 한 조각의 하늘 때문에 항상 무언가 더 있을 듯한 기대감을 준다. 우리가 만드는 현대의 집에도 그런 기대감을 심어보자. 다 드러내는 게 아니라 어딘가 더 있을 듯한 기대심리를 불어넣어 서 집을 키워보자
.
..............................................................................
‘집은 사람, 집은 추억, 집은 이야기’임을 우리 모두 충분히 느끼고, 나와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작은 것이라도 직접 실천에 옮긴다면, 분명 우리가 만드는 집은 지금과 같은 메마르고 상투적인 모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사람을 보면 집이 그려진다.
                                 집은 사람이다.


*** 080617 김진애의 느낌.

'집' 얼마나 정다운 말입니까. 제가 지은 책 중에서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이름이 가장 맘에 듭니다. 당시 편집장과 보름 여 고민하고 마지막에 100여개 제목을 앞에 두고 2시간을 토론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제목으로 태어난 '이 집은 누구인가', 정말 그럴 듯한 제목 아닌지요. 자화자찬.^^  
이 집은 누구인가 상세보기
김진애 지음 | 샘터 펴냄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열두 가지 생각을 담은 건축가 김진애 에세이집. 삶의 면면이 배어들고 사람의 마음이 표현되며, 정서가 녹아드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책은 추억을 만드는 집에서부터 비밀의 장소가 많은 집, 에로스를 즐기는 집, 집을 고르거나 짓고 집을 관리하는 법까지 열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 주제별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집에 대한 12가지 생각

1. 추억을 만드는 집                     - 어떤 기억이 생생하세요?

2. 체험 동선 긴 집이 좋은 집
       - 거니세요!

3. 구석구석 많은 집
                    - 비빌 구석, 숨을 구석을 찾아서

4. 중심 잡힌 집
                           - 마당, 마루, 그리고 부엌

5. 신(神)과 함께 사는 집
             - 어떻게 집에 마술을 부릴까?

6. 여자의 집, 남자의 집
               - '타인의 취향'과 '적과의 동침' 사이

7. 에로스를 즐기는 집
                 - 성(性)은 집의 어디에?

8. 나 역시, 집 역시 자연
              - 빗소리, 흙내음, 눈 소리

9. 시간의 갤러리가 되는 집
         - 이 집은 몇 시예요?

10. 길에서 창문에서 동네에서 보는 집
         - 얘, 나와 놀자!

11. 길들이며 사는 집
                  - 집 고르기, 집짓기, 집

12. 혼자 있어보는 집
                  - 정말 집의 주인이세요?



여러 사회 쟁점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될 듯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에, 중간에 깊은 호흡을 좀 쉬어야 겠습니다. 정말 벼랑끝에 다다른 것 같을 때에도 '집'에 오면 숨쉬기 편해지는 그 느낌을 위해서. 우리 사회를 우리 집처럼 만들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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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그림 2008/06/17 18:3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 집이나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둘 다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첨으로 인사드리고 갑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6/19 0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그림님, 집과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으면 여러가지가 더 보이지요. 도시와 사람도 비슷, 공간과 사람도 비슷, 사회와 사람도 비슷... 저도 인사드립니다. 자주 와 주세요, 아이디가 예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교 때쯤 되면 꼭 나오는 숙제가 하나 있다. ‘자기 집 그려 오기’다. 아이들이 갑자기 줄자를 찾고 이 방 저 방 재러 다니면 바로 이 숙제 때문이기 십상이다. ‘평면’을 그리라는 숙제니까 같이 길이를 재자고 할지도 모른다. “나 못 그리니까 엄마가 그려 줘.” 할지도 모른다. 엄마라고 어디 잘 그리나? 끙끙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림 실력이 별로인지라 나의 그림 실력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막내 역시 나에게 도와 달라고 했었다. 어디 해 달란다고 해 줄 녹록한 엄마인가? 줄자로 재는 방식을 가르쳐 주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차근차근 그리는 방식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는 곁눈질만 했다. 그렇게 시범을 보여 주었어도 그려 놓은 것을 보니 한심하기는 퍽 한심했다. “아무래도 우리 집 같지 않은데?” 아이 역시 자기 그림 실력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런 숙제 왜 있는 거야?”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는 그리면서 툴툴댔다. 하지만 그려 보고 나더니 얻은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자기 방이 가장 작다는 것을 실제 수치로 알아냈고, 그 덕분에 보다 더 근거 있는 불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큰아이 방보다 폭이 30센티미터만 짧은 데도 방 쓰는 방식에 왜 그렇게 제약이 많은가를 깨닫고는 한 자 폭의 귀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제는 집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내놓는다.
                                   ***

나의 원대한 야망(?)이라면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자기 집 그리기’를 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자기 집을 그려 보면 좋겠다. 이것이 너무 거창한 목표라면, 3년에 한 번도 좋다. 평균 3년마다 집을 바꾼다는 통계이고, 또 3년쯤이면 자기가 사는 공간에 대해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 볼 만한 시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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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고 장욱진 화백의 고택.
                       (화백 생전에 직접 고르신 한옥, 직접 지은 양옥이 어우러진...
                         가 보세요.)  


왜 집을 그려 봐야 하는가? 집을 그려 보면 무엇이 좋을까? 학교 숙제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 동기다.

“첫째, 그리면 보인다.”
자기 손으로 그려 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체험이다. 다 아는 것 같던 것도 실제 손으로 그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그리는 중에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있고 그리고 나면 새롭게 깨닫는 것도 생긴다. 밑그림을 그릴 때와 마무리 그림을 그릴 때 또 다른 게 보인다.  

“둘째,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대상이다.”
이른바 ‘그림’이라면 사람이든 풍경이든 선과 표정이 워낙 풍부해서 그리기가 영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집이란, 특히 평면이란 상대적으로 선을 그리기가 쉽다. 바로 그 속에서 평소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간이니 맘만 먹으면 언제나 그릴 수 있다.

“셋째, 합리적인 생각을 키운다.”
집이란 은근히 복잡한 공간이다. 단칸방만 해도 그리 간단치 않다. 여러 물건, 여러 설비, 여러 기능이 있고 또 가족 여럿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리다 보면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요모조모 생각거리가 나타날 뿐 아니라 어떻게 해 볼까 하는 궁리도 생기게 된다.    

“넷째,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가, 삶의 느낌이란 얼마나 미묘한가. 그런 이야기와 느낌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공간 상상력’이란 다른 어떤 상상력보다도 다채롭기도 하거니와 또한 아주 기분 좋은 것이다. 공간 상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일 뿐 아니라 특히 손을 써서 그리면서 상상하면 그 기쁨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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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집 한 켠... 상상해 보세요.
                                  '마당있는 집'에 사는 축복을 누리고 삽니다.
                             집 자체는 보잘 것 없지만 삶의 이야기는 풍성합니다요.
 

나의 직업적 특기를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걸까? 그러나 오히려 굳이 직업적 특기로 한정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것이 나의 뜻이다. 자기 집 그리기란 특기가 아니라 일상의 취미가 될 수 있다.  

*** 

주택을 설계할 때면 나는 집주인을 유혹하곤 한다. 같이 그려 봅시다 하고. 직업상 나는 남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 또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그림으로 그려 내는 사람이지만 살 사람의 마음 깊은 속, 심리 깊은 속까지 들어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럴 때 집주인이 뭔가 그려 주면 훨씬 더 가깝게 짐작할 수 있다. 힌트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집주인은 쑥스러워들 한다. “못 그려요.” 그려 보고 나서는 “그리기 만만치 않데.” 하기도 한다. 내가 권하는 것은 건물의 형태나 전체의 구성은 아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고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하는 것은,

주로 집 내부의 가구 배치, 컴퓨터 배치, 텔레비전 배치 같은 것들이다. 전문가인 나보다도 집주인이 훨씬 더 잘 아는 물품들, 습관들, 선호도가 나타나는 항목들이다. 


일단 평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때에 이르면 축척 1:100(1미터가 1센티미터인 축척)으로 평면을 뽑아서 주고 그려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권한다. 이왕이면 가족과 함께 하면 더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쓰는 자로도 충분하고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되니 모처럼 부부가 알콩달콩 의논하는 시간, 아이들과 의논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잖은가.

이렇게 그려 보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안심이 되는 것이 그 첫째. 괜찮은지 아닌지 고민하다가도 실제 그려 보면 확신이 더 드는 심리다. 풍부하고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섬세하게 안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 둘째. ‘이렇게 바꾸면 이런 점이 좋겠다. 저렇게 바꾸면 저런 점이 좋겠다.’ 하는 세밀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며 주문이 구체적이 된다. 

이렇게 하면 설계하는 나도 좋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나도 확신이 더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 짓고 나서 불만이 생기더라도 은근슬쩍 책임 회피(?)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그려 보셨잖아요?” 하고 말이다. 너무 약은 수법인가? 그러나 집주인에게 진짜 집주인 마음을 들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식이다. 그러고는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그려 보자고 권한다. 다시 그려 보면 또다시 새로운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끊임없는 변화이다.

***

자기 집에 대해서만큼은 사는 집주인이 가장 잘 안다.
가장 탁월한 전문가다. 이른바 전문가에게 무턱대고 기댈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을 너무 믿을 이유도 없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 앞에서 공연히 주눅들 이유도 없다. 

자기 집을 그려 보자. 내남없이 비슷비슷한 아파트에 산다고 지레 생각하지 말자. 모든 집은 다 다르다.

모든 방은 다 다르다. 모든 공간은 다 다르다. 당신 삶의 힌트가 어떻게 녹아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다. 그려보면 힌트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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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도 없는 한옥... 한옥은 그리기 무척 재미있답니다)

집을 그려 보면 줏대도 생긴다. 새봄맞이 단장이나 가구를 사겠다면 자기 집 평면 정도는 가지고 가자. 전문가가 이것저것 더 좋은 것이라 권하는 앞에서 꿋꿋하게 줏대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갑 속을 생각하면서.

집을 그려 보자.
혼자서 그려도 좋고,
부부가 함께 그려도 좋고,
아이와 같이 그려도 좋다.
그리면서 집에 정이 들 것이다.
그리면서 삶에 정이 더 들지도 모른다.
이번  봄맞이를 ‘자기 집 그리기’로 맞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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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프로그램 그려보기

    Tracked from Tasy.jaram.org 2008/03/17 08:22  삭제

    김진애님의 자기 집을 그려보자 라는 글을 보면서 문득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이 부분인데요. 주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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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헤이즐 2008/04/03 20: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마당에 백구 한마리 놀고 있고, 담장 옆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가 있는 집.
    서울 하늘 아래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지만, 제 마음 속의 dream house입니다~.

  2. BlogIcon 김진애 2008/04/04 06:1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나이 보다 더 먹은 집에서 살고싶다는 꿈을 꾸었었는데, 지금 사는 용산 향나무 집은 80살 된 집이랍니다. 요새는 백구 한마리와 유기견 한마리 더해서 2마리... 어젯밤에 2마리 싸워서 제 안경 날라갔답니다.^^ 꿈을 계속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