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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5/27 천연기념물이 되고 싶은 남자들에게 by 김진애 (2)
  2. 2008/05/13 요리란 엄마와 시어머님 스타일 by 김진애 (8)
  3. 2008/01/29 결국은 스타일이 패션을 이길 거야 by 김진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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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떤 한 남자가 이 책 속의 ‘천연기념물’ 대목을 말하면서 내쉰 한숨 때문이었다. 그 한숨 속에 숨은 남성의 복잡한 심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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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는 남자들의 허영심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데 출중하다. 그 자신이 정의한 대로 ‘갖고 싶으나 갖지 못한 것을 선망’하는 남성의 특질을 포착하고 있다. 게다가 ‘남자들에게’라는 제목이니, 남자들은 마치 러브레터라도 온 듯 착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착각은 자유다. 게다가 유럽풍의 러브레터이니, ‘냄새’부터 뭔가 다르다.



"천연기념물은 희소가치가 있으니까 천연기념물이다. 역시 그 대로 두는 편이 좋겠다. 그러나 이런 남자가 진짜 나쁜 놈이다. 귀여운 구석이란 조금도 없다. 빈틈투성이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빈틈이란 바늘만큼도 없다. 이런 남자는 전면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 여자뿐 아니라, 최대공약수적인 남자들도 말이다.
               - <<남자들에게> 책 본문 중에서

남자들에게 상세보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길사 펴냄
보통인 남자를 보통이 아닌 남자로 만들 수는 없을까? 정말 매력있는 남자란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로 남자를 알아보는 지침서이다. 남자의 스타일, 매력, 언어, 남녀관계 및 여성심리 등을 들춰 오늘날의 남자품평회나 한번 해보자.



<<남자들에게>> 책은 초판이 1989년이니까, 아직 ‘불쌍한 남자, 흔들리는 남성성’이 대세가 아닌 시절에 나온 책이다. 유전자와 호르몬을 들이대며 남성을 적나라하게 과학적으로 분해하지도 않거니와 ‘먹이사슬, 정글, 위계사회, 신계층 사회’ 등의 구조 속에서 찌들어 가는 남성을 사회적으로 분석하지도 않는다. 하긴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어차피 삶이란, 과학서도 사회분석서도 아닌, 에세이다.

이 에세이의 첫 대목, ‘스타일’에 대한 정의에 이르면 거개의 남성은 솔깃해진다.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줄 아는 것이 스타일이다.” 나는 스타일이 있나 없나, 나는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인가 아닌가, 나는 ‘매사에 대처하는 자세(스타일)’가 있나 없나, 남자들은 전전긍긍할까 아니면 자신만만해할까. 게다가 ‘천연기념물’의 대목에 이르면 남자들의 마음은 어디로 갈까?

이 책은 도도하다. 사치스럽다. 시오노가 그리는 남성성을 한마디로 하면 ‘섹시한 지성, 관능적인 권력’이다. 머리가 좋은 만큼 자기 냄새를 피울 줄 알아야 하고, 권력은 관능을 건드리는 능력이 없이는 허무할 뿐이다.

이쯤 해서 시오노의 남성관 또는 인간관을 비판할 남녀도 무척 많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지독한 관심, 보통 능력을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호감에 질린다, 일본인의 유럽 콤플렉스다, 오죽 ‘로마인’에게 빠졌으면 ‘남자의 관능은 목덜미에 있다’며 로마 시대의 헤어커트를 탐탁해하느냐, 오죽 제국주의적 세계관에 빠졌으면 영국 신사의 자신만만한 분방함에 경탄하느냐는 둥. 시오노가 카이사르를 연인으로 삼고 마키아벨리를 친구로 삼았음을 안다면 더욱.

하지만 시오노의 개인적 호불호를 마땅해하건, 못마땅해하건 이 책은 ‘문제는 스타일이다’라는 시대적(?) 또는 영원불멸한 인간적 명제를 쿨하게 짚어낸다. 이미지와 콘텐츠를 어떻게 한그릇에 담을 것인가라는 명제다. 이 세상에 황금 자체에 반하는 인간, 황금의 광채에 반하는 인간 두 부류가 있다면 시오노는 단연 황금에도 반하고 그 광채에도 반하는 인간이다. 시오노는 스타일이 있다. 이 책은 스타일이 있다.


남자를 스타일이라는 난관에 빠뜨려 놓고 시오노는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을 존경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요’라고 속삭인다. 남자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기법이다. 여자가 남자를 부려먹는 영원한 기법이 아닐 수 없다. 여자는 한수 배우고, 남자는 한수 접을 수밖에 없다.

*** 080527 김진애 생각:

이 글은 2007년 초 동아일보의 책기획 중, '남자들여다보기' 주제 중 한권이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에 대한 리뷰입니다. 어쩌다 동아일보가 나에게 원고청탁을 했는 지 모르지만 제가 시오노 나나미를 꽤 마땅해한다는 소문이 꽤 나있기 때문이겠지요. 시오노 나나미와 생각이 꽤 다른 것도 많지만, '배짱은 맞는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갑자기 이 글이 생각이 나서 오늘 올려봅니다.
'천연기념물이 되고싶은 남자'의 욕망이 생각나서요.
천연기념물이 되고 싶어하는 남성의 속맘은 충분히 이해해 주더라도
자신이 천연기념물이라고 착각하는 남자 만큼은 못참겠지요?

당시 동아일보 기획물  남자들여다보기 주제에서 꼽았던 책 20권의 첫 권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였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 장남, 윤영무님이 솔직하게 썼던 책이지요.

사회문제가 들끓는 시점에 하도 어려운 주제들이 앞에 있어서...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큰 숨을 쉬어봅니다.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상세보기
윤영무 지음 | 명진출판사 펴냄
방송기자 윤영무가 말하는 이 시대 新장남 행복학. 장남으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이 '장남'이기에 겪어야 했던 애환과 삶의 아픔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49년차 '장남'으로 살아온 인생 행로를 통해 우리 사회 장남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되찾아야 할 장남정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앞으로 한 마디 내뱉고 뒤로 숨어 궁시렁거리는 덜 여문 '아우의식'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책임감 있고 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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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7 13:5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5/28 0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은 힘이 딸리는 중이지만 힘을 비축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블로그 소통이 근력 기르기에 좋은 훈련이 되는군요. 응원 감사합니다.

요리 스타일 전혀 다른 두 어머니를 거친 것은 나의 행운이다.
두 어머니는 정말 다르다.
식솔 많고 집안 대소사 많은 내력과 손 큰 것은 비슷하지만 요리 스타일은 어떻게 그렇게 다를까.

친정 엄마는 한마디로 ‘우르르 쾅쾅’ 스타일이다. 빠르고 거침없이 해낸다. 산본 시댁과 수원 친정과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젊은 시절을 단련했고, 열 명의 아이를 낳은 크나큰 배와 일곱 아이를 키워낸 큰 그릇 덕분 아닐까. 별로 하는 것 같이 안 보이는데 어느새 다 되어 있는 식이다.

시어머님은 한마디로 '조근조근' 스타일이다. ‘진즉 요리계로 나가셨더라면 한 달인 했을 텐데’ 할 정도로 체계적이시다. 그 옛적 일제강점기 기간에 진주여고를 다니셨기 때문일까?(박경리 선생과 비슷한 시기에 다니셨다.)
'첫째, 둘째, 셋째’ 조목조목 짚고, 재료는 이렇게 다듬고, 썰기는 이렇게, 재두기는 저렇게, 담기는 요렇게…, 요리책에 다 쓰기에는 너무도 사소한 그러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노하우를 실전으로 가르쳐주신다. 물론 지금도 조근조근 그 잔소리를 그치지 않으시는 것이 유감이지만^^, 요리 배우는 초급 과정에서 시어머님의 ‘조근조근 스타일’은 아주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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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차일드, 미국 셰프의 전설. 2004년 별세했을 때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될 정도(좌). 50여 년 동안 미국 요리를 주름잡았다고 할까?  젊은 시절(중), 나이들어(우). '미국 엄마'의 이미지. 튼튼하고 손 크고, 억세고, 일 잘하는... 몸집 크고 갈라진듯 쉬어터진 목소리로 요리하는 TV 프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새같으면 전혀 매력없다고 하련만, 그야말로 '실력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나역시 미국에 유학할 때 열심히 그의 프로를 봤다. '미국 고유 음식인 '터키' 굽는 것도 배우고...

요리하는 중
친정 엄마의 레퍼토리는 “빨리 해”.
시어머님의 레퍼토리는 “‘개미’가 있어야지”

‘빨리’와 ‘개미’.
‘빨리’는 나의 모토가 되었고, '개미'는 나의 철학이 되었다.
‘개미’라는 말은 내가 아주 공감하는 진주 사투리다. ‘맛있다’는 말보다 더 진한, 입에 달라붙는, 뭔가 손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말이다. '깊은 맛', '바로 그 맛'이라고 하면 어떨까. 나는 ‘빨리’와 ‘개미’를 입에 붙이고 산다. '우르르쾅쾅' 요리하는 사이사이 조근조근 '개미'를 내는 비법을 낸다고 할까. ('개미'란 말은 경상도 사투리인줄 알았더니, 전주사투리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깊은 맛'이라는 뜻의 '개미', 정말 정겨운 말이다.)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의 메뉴 중 영원히 못 잊을 맛들이 있다.
친정 엄마의 ‘굴깍두기’와 시어머님의 ‘갈치속젓 김치’,
친정 엄마의 ‘갈비찜’과 시어머님의 ‘도미매운찜’,
친정 엄마의 ‘북어찌개’와 시어머님의 ‘된장찌개’,
친정 엄마의 ‘오징어국’과 시어머님의 ‘대구 매운탕’,
친정 엄마의 ‘고사떡’과 시어머님의 ‘빈대떡’,
친정 엄마의 ‘도루묵’(알배기 도루묵을 연탄불에 매운 양념으로 굽는다)과
시어머님의 ‘볼레기’(남해 연안에서 잡히는 우럭처럼 생겼지만 훨씬 작은 생선. 그 고소함은 누구도 못 잊는다) 등 등 등.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다.  
특히 친정 엄마의 굴깍두기는 명절 때면 온갖 기름진 음식으로 느끼해졌을 때, 모든 딸, 사위,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마지막 밥 한 공기 비벼먹기로 유명했는데, 배우려고 맘 먹을 때 그만 엄마가 돌아가셔서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다. 몇몇 딸들이 옛 맛의 기억을 따라 흉내를 내고는 있는데, 엄마의 그 맛은 아니다. 요리란 얼마나 섬세한가.

시어머님의 조근조근한 체계적 요리 전수 방식은 두고두고 요긴하다.
오히려 나는 시어머님의 노하우는 상당히 전수한 듯 싶으니, 체계적 배우기는 그래서 좋은 것이다.
손맛도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전통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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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되고 있다고 하는 '줄리아 차일드'.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이 분장한 줄리아 차일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줄리아 차일드 같지 않은가. 연어를 든 모습이 너무 그럴듯하다. 우리도 요리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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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대가의 영화화를 기대해볼까.












나도 죽기 전에 요리 책 하나 만들어 보련다.
이 꿈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먹느냐 이상으로 어떻게 만들어 먹느냐가 중요하다.
(요새는 '무엇을 먹느냐'도 너무나 중요해졌지만^^...)
 
요리는 그 사람의 스타일이다.
엄마와 시어머님의 스타일에서 진화한 나의 요리 스타일.

*** 김진애 생각:
언젠가, '요리란 아빠와 시아버님 스타일'이란 말도 나올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
'요리'란 인생의 가장 큰 맛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남자에게서 요리의 즐거움을 뺏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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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미? 2008/05/13 15:2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개미라는 말이 재밋지요. 전주사투리로 알고있는데, 어원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고... 친정엄마 시어머니에게 전수받는 요리라, 언제가 아빠와 시아버지? 글세올시다... 요새 젊은남자들은 요리도 곧잘하는데, 그사람들이 아빠와 시아버지가 될 때?

    • BlogIcon 김진애 2008/05/14 0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터넷서핑을 해봤는데, 아직 '개미'의 어원을 못찾았답니다. 어디 사투리인지도. '진주'는 영남과 호남의 가운데 있어서 '맛'에 있어서나 '어휘'에 있어 사투리도 섞여있어서, 개미라는 말이 영남사투리인지 호남사투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개미' 참 재미있는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도 '개미가 없어...'라는 말을 잘 쓴답니다.

  2. 전경희 2008/05/13 15:3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선생님의 글을 인터넷서핑하다가 뵙게 되었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얼마전 선생님께서 오래전 출간하신 자서전을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제가 알고있는 김진애 선생님께서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신다는 다는 것을 알고 참 반가왔습니다.늘 최선을 다해서 사시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습니다. 많은 이들의 역할모델이 되시는군요.
    일만 잘하시는 줄 알았는데 요리까지...하여튼 뭐든지 최선을 다하시니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군요. 앞으로도 글 잘 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BlogIcon 김진애 2008/05/14 0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반갑습니다. 우리 여성은 '요리하기' 의무를 가져서 행복하다고 생각합시다. '의무방어'하기 가끔 싫을 적도 많지만, 요리하기는 인생의 축복이니까요. 전경희님도 공감하시지요?

      제가 썼던 책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는 자서전은 아니고 에세이책이지요. 자서전은 한 백살 살아보고 쓸지 말지 고민할까 한답니다.^^

  3. 2008/05/14 01:2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5/14 0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폐교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강화폐교의 '오마이스쿨'을 취재한 블로그기사를 썼었는데, 인기높은 기사입니다. 폐교 임대가 교육청과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공익적 목적으로 폐교 임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임차자로서 여러 불안정성이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혹시 구체적 사항은 제 멜로 보내주시면 귀담아듣고 정책제도개선의 기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2008jk@jkspace.net)

  4. BlogIcon 흑묘백묘 2008/07/07 03:2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공감가는 글이에요~~. 요리가 취미인데 이런 재미있는 기쁨을 모르고 살았던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억울하더라구요 ㅎㅎㅎㅎ 나중에 며느리에게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자식들(특히 아들)에게는 요리를 가르쳐줄 욕심이 가득 있답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7/07 0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근사한 남자' 한 분 태어나시겠군요.^^ 저의 야망(?) 이었었는데, 아들이 없어서 시도조차 못한 프로젝트였었답니다. 남자들이 요리의 재미를 알게 되면 비로소 삶의 맛을 알게 된다는 제 철학. 근사한 아드님 기대합니다.^^

"여성이 좋은 점은 바지도 입고 치마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정의한 적이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요새 여성들은 당당하게 치마를 입으며 여성성을 즐긴다.”는 요지의 기사를 얼마 전 본 적이 있는데, 십여 년 전에 “요새 여성들은 당당하게 바지를 입으며 통념적 여성성을 뛰어넘는다.”라는 현상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라고 할까?

공개 석상, 예컨대 국회의사당 내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어도 괜찮아진 것이 10여년 정도다. 바라기는, 치마만 입지 말고 또는 바지만 입지 말고, 상황과 분위기와 전략에 따라 치마와 바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21세기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 여성 패션 트렌드는 아무래도 좀 찜찜하기는 하다. 한동안의 ‘공주 패션’에서 더 올라가 ‘퀸 패션’ 수준이 되어가는 걸까. 장식도 많고, 무늬도 대담해지고, 색깔도 강렬해지고, 주름도 겹겹이고, 커트도 다채롭고, 투명과 반투명도 많고, 잘록하고 풍만한 몸의 선이 강조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이 더 들고 그만큼 엄청 더 비싸다.”

요즘의 패션 리더는 상류층, 부유층이라는 ‘계층’이라는 현상은 영 탐탁찮다. 예전 시대의 패션 리더는 예컨대 ‘저항 세대’, ‘자유 세대’, ‘평등 세대’, ‘워킹 우먼 세대’ 등, ‘어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 그룹’이었다. 지금은? ‘돈’으로 대변되는 계층이 패션 리더다.

이것은 경제 양극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20% : 80%의 양극화 시대, 또는 5% : 95%의 초 양극화 시대에 20% 또는 5%의 부유층을 겨냥한 패션이 판을 친다. 전자제품과 초호화 아파트 인테리어 광고는 물론이고 ‘신데렐라’ 성 드라마는 물론이고, 스타들의 초호화 패션은 물론이고, 화장품 광고는 물론이고, 쏟아지는 명품 브랜드 잡지들이 계층 패션, 허영 패션, 비싼 패션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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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을 최대한 상품화’하려는 성향이 극에 달해 ‘비싼 패션’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비싼 패션’의 짐은 여성 모두가 지게 된다. 글쎄, 5%에 속하는 여성들은 즐기겠고, 20%에 속한 여성들은 웬만큼 따라갈 지도 모르겠지만, 나머지 80%의 여성들은 따라가기에 허덕허덕할 수밖에 없다. 깨끗이 잊어버릴 수도 없다. ‘그 놈의 돈’만 있으면 변신할 수 있다는 허상, 또한 그렇게 변신을 하여야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는 현실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이 시대 여성들은 양극화 현상에서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받는다.

경제 양극화와 함께 떠오른 신보수주의적, 신자유주의적, 계층주의적 ‘비싼 패션’. 그 피해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에게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파트 값 양극화와도 비슷하다고 할까? 

비싼 패션 시대에 80 - 95% 여성이 살아남는 법은 무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니멀 패션, 도시 패션, 워킹 패션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점이다. 단순하고 정갈하고 건강하고 스타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값이 싸게 먹힌다. 소화만 잘 한다면 돈으로 감싼 허영의 패션 계층을 지그시 누를 수도 있다.

섹시하고 세련되게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자. 치마도 입고 바지도 입어가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자. 스타일은 결국 패션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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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경진 2008/02/23 04:4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선생님의 통찰력은 뛰어나십니다.
    스타일이야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또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휘감은 명품이 전혀 테가 안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하고 말이죠.